본문
- 2026.03.18 | by 배정민
-
151
0
- 2026.03.18 | by 배정민
-
151
0
백반증은 엑시머 레이저와 자외선 치료가 주된 치료법입니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자외선 치료만으로 만족스러운 색소회복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상당수의 환자는 일정 시점 이후 치료 반응이 멈추고, 흰 반점이 그대로 남게 됩니다. 이럴 때 수술적 치료가 중요한 대안이 됩니다.
펀치이식술은 1~2mm 직경의 펀치기구로 정상 피부에서 이식편을 채취하여 백반증 부위에 심는 수술법으로, 1972년에 처음 보고된 이래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수술 시간이 길고, 이식편이 밀려 나오면서 울퉁불퉁해지는 자갈밭모양(cobblestone appearance) 흉터가 남을 수 있어 널리 보급되지는 못했습니다. 또 다른 수술인 흡입물집이식술은 오래전부터 시행되어 온 전통적인 방법이지만, 물집을 만드는 데 2시간 이상이 걸리고 넓은 병변을 한 번에 치료하기 어렵다는 제한이 있었습니다. 비배양 표피세포이식술은 넓은 면적을 치료할 수는 있으나 4~5시간의 수술 시간과 숙련된 팀이 필요하다는 제약이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미세펀치이식술은 이러한 기존 수술법의 불편을 크게 줄여주었습니다. 수술 시간이 짧아 어린이나 장시간 수술을 견디기 어려운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고, 눈꺼풀이나 입술 주위처럼 굴곡진 부위에서도 시행이 가능하니까요.
미세펀치이식술 수술 과정
미세펀치이식술은 모발이식에서 사용하는 전동 핸드피스(마이크로모터)에 0.8mm 또는 0.5mm 직경의 스테인리스 스틸 펀치를 장착하여, 정상 피부에서 초소형 이식편을 채취한 뒤 백반증 부위에 심는 수술법으로 전동 펀치는 분당 900 ~ 1,200회 회전하여 수작업 펀치보다 균일하고 정밀한 이식편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공여부는 주로 귀 뒤쪽 피부를 사용하는데, 다른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고 시술 중 환자의 자세 변경 없이 얼굴 수술과 동시에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술 과정은 공여부와 수여부 모두 국소마취를 시행한 뒤, 백반증 부위에 4~5mm 간격으로 전동 펀치를 이용해 미세 구멍(챔버)을 만듭니다. 이어서 귀 뒤 정상 피부에서 1mm 간격으로 이식편을 채취합니다. 채취한 이식편을 수여부의 챔버에 하나씩 심은 뒤 스테리스트립이라는 의료용 테이프로 고정합니다. 봉합은 필요 없으며 수술 직후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공여부에는 듀오덤 드레싱을 붙이고 하루 1회 자가 교체하며, 수여부에는 스테리스트립을 1주간 유지합니다. 수술 1주 후부터 엑시머 레이저 치료를 주 2회 병행하고, 수술 2주 후부터 프로토픽 연고 도포를 다시 시작하면 이식된 멜라닌세포가 주변으로 퍼져나가며 색소회복이 진행됩니다. 보통 수술 후 3주경부터 이식 부위에서 색소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3~6개월에 걸쳐 점차 주변 피부와 어우러지게 됩니다.
0.8mm 미세펀치이식술 성공률
엑시머 레이저로 더 이상 호전되지 않는 불응성 백반증 환자에게 시행한 230개 증례를 대상으로 한 저희 연구에서 0.8mm 미세펀치이식술의 치료 성공률(75% 이상 색소회복)은 78.7%였습니다. 특히 67.4%의 환자에서는 1회의 수술로 90% 이상의 색소회복이 관찰되었습니다.
부위별로는 얼굴과 목에서 89.5%의 높은 성공률을 보인 반면, 팔다리는 65.4%, 몸통은 52.0%, 손과 발은 35.3%에 그쳤습니다. 특히 얼굴·목 부위의 백반증이면서 12개월 이상 병변이 안정된 경우에 수술 결과가 좋았습니다.수술 시간은 병변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1시간 이내에 완료됩니다. 기존 흡입물집이식술이나 세포이식술에 비해 현저히 짧은 시간입니다.
부작용으로는 색소 불일치(24.8%)와 자갈밭모양 변형(18.3%)이 주로 관찰되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호전되어 1년 후 자갈밭모양 발생률은 11.4%로 감소하였습니다. 감염이나 흉터 발생은 없었습니다.
0.5mm 스킨시딩 기법과 0.8mm 차이점
0.8mm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작은 0.5mm 펀치를 이용한 수술법이 개발되었습니다. 핵심적 차이는 이식편의 표피와진피 방향을 구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기존 펀치이식술에서는 이식편을 반드시 표피가 위로 향하도록 정확히 심어야 했는데, 0.5mm 크기에서는 방향과 무관하게 생착이 가능해졌습니다. 때문에 '스킨 시딩 기법(skin seeding technique)'이라는 이름이 붙어졌지요.

0.5mm 미세펀치이식술은 이식편을 더 미세하고 촘촘하게 심어야 하기 때문에 수술 시간은 0.8mm보다 다소 길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여부의 수술 흔적이 거의 남지 않고, 자갈밭모양 변형의 발생률도 2~4%로 0.8mm에 비해 크게 감소하였기에 많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식편이 작은 만큼 0.8mm에 비해 한 개당 이식되는 멜라닌세포의 양이 적을 수 있어, 저는 현재 두 가지 크기를 병변 특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미세펀치이식술은 노동집약적 수술의 특성상 넓은 면적을 한 번에 치료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광범위한 백반증에서는 전통적인 흡입물집이식술이 더 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미세펀치이식술, 누구에게 효과적일까
미세펀치이식술을 포함한 모든 백반증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대상자 선별입니다. 치료 예후를 결정하는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질병의 안정성이니까요. 12개월 이상 새 병변이 발생하지 않고 기존 병변이 확대되지 않은 안정기 백반증에서 주로 수술적 치료가 고려됩니다. 안정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수술 실패의 위험이 약 7.7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어 가급적 수술은 진행하지 않는 편입니다.
뿐만 아니라 외상이나 마찰에 의해 새로운 백반증이 유발되는 쾨브너 현상이 관찰되는 환자에서는 수술 자체가 새 병변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수술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얼굴과 목의 백반증이 가장 높은 성공률을 보이며 분절형 백반증과 젊은 환자에서 치료 반응이 좋습니다. 반대로 손과 발이나 관절 부위, 비분절형 백반증에서는성공률이 낮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비분절형 백반증은 분절형에 비해 수술 실패의 위험이 약 6배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입 주위, 목, 관절처럼 움직임이 많은 부위는 이식편이 잘 고정되지 않을 수 있어 주의를 요합니다.

미세펀치이식술, 건강보험 적용 기준
미세펀치이식술은 2019년 12월 1일부터 국민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었습니다. 마이크로펀치를 이용한 전층피부이식술은 백반증에 시행한 경우 요양급여를 인정하며(자17 식피술), 흡입수포를 이용한 자가표피이식술 역시 백반증에 한해 급여 대상입니다. 다만, 건강보험 급여는 얼굴·손발·관절 등 노출 부위의 백반증에 한하여 인정됩니다. 급여 코드는 수술 부위와 면적에 따라 구분되어 있어, 안면부·수족부·기타 부위별로, 그리고 25cm² 기준으로 세분화되어 적용됩니다.
이 급여 적용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기에 감회가 남다르기도 합니다. 과거 대학교수로 있을 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미세펀치이식술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 대한 전문평가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의료기기 제조사가 급여 적용을 신청했고, 저는 자문의사로서 임상적 근거를 발표하기 위해 그 자리에 섰습니다. 회의실에는 각 과 교수들 20명 남짓이 위원으로 앉아 있었는데, 백반증이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 아니라는 이유로 급여 적용에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표면적으로 질병을 확인할 수 있는 백반증은 환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가볍지 않고, 자외선 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수술은 유일한 선택지였기에 무거운 분위기에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렵게 급여 적용이 결정되었습니다. 현재 이 수술이 건강보험의 혜택 아래 환자들에게 제공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부담 없이 합법적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백반증 수술은 더 이상 특수한 치료가 아니라, 자외선 치료와 함께 표준 치료법의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자외선 치료만으로 멈춰 있던 색소회복이 수술 한 번으로 다시 시작되는 것을 볼 때,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는 환자분들의 말씀을 듣게 됩니다. 치료가 멈춘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백반증을 치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문헌]
1. Bae JM, Lee JH, Kwon HS, Kim J, Kim DS. Motorized 0.8-mm micropunch grafting for refractory vitiligo: A retrospective study of 230 cases. _J Am Acad Dermatol._ 2018;79:720-727.
2. Kim DS, Ju HJ, Lee HN, Choi IH, Eun SH, Kim J, Bae JM. Skin seeding technique with 0.5-mm micropunch grafting for vitiligo irrespective of the epidermal-dermal orientation: Animal and clinical studies. _J Dermatol._ 2020;47:749-754.
3. Bae JM, Ju HJ. Surgical interventions for vitiligo. _J Korean Med Assoc._ 2020;63:748-75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구독하기
힐링백반증 구독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