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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0.01 | by 배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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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0.01 | by 배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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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의학박사 배정민입니다.
진료실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환자분들의 깊은 속내를 모두 헤아리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입니다. 환자분들 역시 짧은 진료 시간 안에 평소 가지고 있었던 모든 궁금증과 불안감을 충분히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을 테고요. 이러한 문제점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저희 연구팀은 진료실 문턱을 넘어, 백반증 환자분들이 일상에서 어떤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있는지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귀 기울여보기로 했습니다.
오늘날, 소셜 미디어는 환자분들이 자신의 질환 경험과 의료 정보를 익명으로 공유하는 중요한 소통 창구가 되었습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도 예의가 아닌 일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국내외 소셜 미디어에 나타난 백반증 환자분들의 목소리를 분석한 두 편의 연구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으셨으면 합니다.
국내 백반증 커뮤니티의 이야기
네이버 카페에서 2014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백반증' 키워드로 검색된 게시글 1,000건을 분석 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게시글 작성자가 환자 본인(22.1%)보다 환자의 부모(55.2%)가 훨씬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소아 백반증 환자의 부모님들이 자녀의 질환에 대해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게시글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병원 추천 요청'(30%)과 '백반증 진단 문의'(22%)가 가장 많았으며, 질병 자체에 대한 질문 중에서는 '예후'(42%)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치료로 호전될 수 있는지, 전신으로 번질 가능성은 없는지, 완치 사례가 있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컸던 것이죠.
'유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상당했는데, 특히 자녀에게 백반증이 발현된 부모님들은 죄책감과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외에도 음식과의 연관성, 악화 요인, 치료 방법(엑시머 레이저, 피부이식 등), 치료 부작용, 대체요법(홍삼, 한약 등)에 대한 관심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해외 백반증 커뮤니티의 이야기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에 올라온 글들은 국내 정서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백반증을 포함한 여섯 가지 만성 피부질환 환자들이 각 질환별 서브레딧에 게시한 총 6,000개의 글을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분석했는데요.

분석 결과, 백반증 환자분들은 주로 '질병의 확산(spread)'에 대해 가장 많이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스트레스', '반점(patch)', '하얀 몸(white body)' 등의 단어가 자주 언급되어, 백반증이 외적으로 드러나는 특징과 그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온라인상의 정보는 실제 진단의 정확성이나 글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특정 사용자층의 의견이 주로 반영되었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만, 이 연구는 저희에게 환자들이 진료실 밖에서 어떤 점을 가장 걱정하는지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진료실 너머의 목소리와 그 의미
이 두 연구는 백반증 환자분들과 그 가족들이 진료실에서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하는 다양한 걱정과 궁금증을 안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국내 연구에서 두드러진, 자녀의 백반증에 대한 부모님의 깊은 관심과 때로는 죄책감 섞인 우려는 주목할 만합니다.
백반증의 가족력이 약 20%에서 보고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부모님의 심리적 부담은 자녀의 치료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의료진은 이러한 정서적 측면을 세심하게 살피어, 지지적인 상담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환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저 역시 이를 실천하기 위해 예전부터 각종 백반증 커뮤니티를 둘러보는 일이 많았는데요.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병원 추천'이나 '진단 문의'를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높은 수요를 의미함과 동시에 치료 예후에 대한 불안감, 즉 '번지지 않을까', '완치될 수 있을까' 하는 백반증이 주는 불확실성과 깊은 연관이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백반증 치료는 수개월 이상의 꾸준함을 요하며, 때로는 치료 반응이 더디거나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광선치료 후 병변 주변부에 일시적으로 과색소침착이 발생하여 병변이 더 뚜렷해 보이는 현상도 환자 입장에서는 악화로 느껴질 수도 있고요.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치료 시작 전 충분하고 현실적인 설명을 통해 환자의 불안감을 낮추고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소통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의료진은 언제나 환자와 가족들에게 따뜻한 지지와 격려를 표현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고요.
간혹 진료를 보다 보면 홍삼이나 특정 음식 등 대체요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는 분들도 볼 수 있는데요. 이는 기존 치료에 대한 만족도가 낮거나 다른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환자분들의 심리를 반영한 것입니다. 이럴 때 의료진은 환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공감하되, 현재까지 의학적 근거가 있는 치료법과 그렇지 않은 방법에 대해 명확히 구분하여 설명해 줘야 합니다.
더 나은 소통을 위하여
결국 소셜 미디어 속 환자분들의 목소리는 질병의 증상 관리뿐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정서적 고충, 정보 요구, 치료 과정에서의 다양한 고민들로 나타납니다. 저 역시 '진료실 너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환자 중심의 치료 계획을 세우고, 궁극적으로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 관계를 더욱 두텁게 하기 위한 밑거름을 차근차근 쌓아가겠습니다. 나아가 앞으로도 백반증 환자분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연구와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을 약속 드립니다.
[참고문헌]
Kim SH, Bae JM, et al. Patients' Perspectives Regarding Vitiligo on Social Media: A Web Scraping Study from the Open Internet Community. Korean J Dermatol (2020).
Lee S, Bae JM, et al. Listening to chronic skin disease patients' voices on social media platform. Exp Dermatol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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