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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8 | by 배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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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8 | by 배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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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증이 어디에 생겼느냐에 따라 환자분들이 느끼는 고통의 크기는 달라집니다. 그중에서도 얼굴은 가장 예민한 부위입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분들 중에는 몸 전체에 백반이 퍼져 있어도 비교적 일상을 잘 유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반면,몸에는 백반이 거의 없더라도 얼굴에 넓게 분포해 있으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얼굴 백반증은 단순히 넓이의 문제가 아니라, 매일의 일상과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예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얼굴은 백반증 치료에 가장 잘 반응하는 부위입니다. 다만 같은 얼굴이라도 백반이 어디에, 어떤 패턴으로 분포했느냐에 따라 원인도, 예후도, 치료 전략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얼굴 백반증유형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존 백반증 분류의 한계
백반증은 현재까지 분절형 백반증과 비분절형 백반증(말단얼굴형, 범발형, 보편형)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분류는 몸 전체의 분포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 얼굴 안에서의 세부적인 패턴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말단얼굴형이든 범발형이든 얼굴에 나타나는 백반의 모양은 언뜻 비슷해 보여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뭔가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 수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한 가지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얼굴 백반증은 무작위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 패턴마다 발병 시기, 동반 분포, 치료 반응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요. 이 관찰을 데이터로 검증하기 위해 473명의 환자 사진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데이터로 밝힌 얼굴 백반증 3가지 유형
연구의 군집 분석은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비슷한 특성을 가진 대상들을 자동으로 그룹화하는 방법으로 연구자가 미리 그룹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자체가 자연스럽게 그룹을 형성하는 방식입니다. 중증 천식이나 아토피피부염 등의 질환에서 새로운 아형을 발견하는 데 활용된 기법이기도 합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 기법을 통해 비분절형 백반증 환자 중 얼굴에 병변이 있는 473명의 사진을 분석하여 총 8개의 구역으로 나눈 뒤, 각 구역의 침범 정도를 수치화 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순차적으로 얼굴중앙형, 얼굴전체형, 이마선국한형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었습니다.

① 얼굴중앙형 백반증 (centrofacial vitiligo) 73%
눈, 코, 입 주위 등 얼굴 중앙부에 백반이 집중되는 유형으로 전체의 약 73%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유형입니다. 발병 연령의 중앙값은 35세로 세 유형 중 가장 젊었고, 다른 신체 부위에 백반이 동반되는 비율도 68%로 가장 높았습니다. 소아 환자에서는 거의 이 유형만 관찰되었습니다.
이 유형은 쾨브너 현상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쾨브너 현상이란 반복적으로 물리적 자극이 가해진 부위에 백반이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눈, 코, 입 주위는 일상생활에서 손으로 자주 만지고 비비는 부위이기에 쾨브너 현상이 자주 일어나기 쉬운 곳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반복적인 마찰은 멜라닌세포가 제자리를 잃는 ‘멜라닌세포 탈락’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멜라닌세포와 기저막 사이의 부착에 관여하는 인테그린 α5β1이나, 멜라닌세포와 각질세포 사이의 접착에 중요한 E-카드헤린의 변화는 백반이 생기지 않은 정상 피부에서도 관찰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백반이 생기기 전부터 이미 멜라닌세포가 떨어져 나가기 쉬운 상태가 만들어졌다는 의미이지요.
치료 반응은 양호한 편입니다. 6개월간 복합 치료를 시행한 결과, 75% 이상 색소회복을 달성한 비율이 약 50%였고, 25% 미만의 불량한 반응을 보인 비율은 14%에 그쳤습니다.
② 얼굴전체형 백반증 (panfacial vitiligo)18%
볼, 관자놀이, 이마 등 얼굴 전반에 걸쳐 백반이 분포하는 유형으로전체의 약 18%를 차지합니다. 얼굴중앙형이 눈·코·입 주위에 집중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얼굴전체형은 오히려 바깥쪽인 얼굴의 주변부를 포함한 넓은 영역에서 나타납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얼굴중앙형과 정반대의 곳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발병 연령의 중앙값은 52세로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시작되며, 다른 신체 부위 동반 발생 비율은 31%로 세 유형 중 가장 낮았습니다. 쉽게 말해 얼굴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유형은 자외선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백반이 얼굴과 목처럼 햇빛에 직접 노출되는 부위에 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자외선과 관련된 열충격 단백질 70이 백반증의 탈색소를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치료 반응은 얼굴중앙형과 유사하게 양호합니다. 75% 이상 색소회복 비율이 53%로, 세 유형 중 가장 높았습니다.
③ 이마선국한형 백반증 (hairline vitiligo) 9%
이마와 머리카락이 만나는 경계 부위에 백반이 집중되는 유형입니다. 전체의 약 9%를 차지하며 세 유형 중 발병 연령이 가장 높고 치료 반응은 가장 좋지 않은 유형입니다. 25% 미만의 색소회복에 그친 환자가 54%에 달해, 과반수 이상이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얼굴에 위치하지만 손발처럼 치료가 까다로운 특성을 보입니다.
이 유형의 발생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되는데 하나는 염모제입니다. 영구 염모제 사용과 백반증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보고된 바 있으며, 두피나 이마선 백반증 환자에게 파라페닐렌디아민에 대한 접촉 알레르기 양성 반응이 관찰된 연구도 있습니다. 화학적 페놀류가 멜라닌세포에 대한 직접적인 독성뿐 아니라, 면역 반응이 예민한 경우 자가면역 반응을 활성화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결과입니다.
하지만 염모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분들에게도 이 유형이 나타나므로 꼭 염모제만이 원인은 아닙니다. 백발이 생기는 모낭에서는 멜라닌세포의 세포사멸과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며, 노화에 따른 멜라닌세포 줄기세포의 변화도 보고되어 있습니다. 고령에 발병하고 치료 반응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마선 부위의 멜라닌세포가 산화 스트레스와 노화로 인해 손실되면서 색소회복에 필요한 멜라닌세포의 저장소가 줄어든 것이 또 다른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유형마다 예후와 치료 전략이 다르다
세 유형은 발병 연령도 치료 반응도 모두 다릅니다. 얼굴중앙형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시작되고 다른 부위에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치료 반응이 양호합니다. 얼굴전체형은 중년 이후에 발병하고 얼굴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으며, 치료 반응 역시 양호합니다. 이마선국한형은 고령에서 발병하며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습니다.

진료실에서 얼굴 백반증 환자들을 처음 만나면 가장 먼저 이러한 유형을 먼저 확인합니다. 환자분의 백반이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파악하면, 앞으로의 치료 반응과 경과를 미리 안내해 드릴 수 있으니까요. 얼굴중앙형이나 얼굴전체형이라면 적극적인 치료로 의미 있는 호전을 기대할 수 있고 이마선국한형이라면 현실적인 기대치를 조율하면서 보다 집중적인 전략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3가지 유형에서 12가지 유형 분류
이 연구는 2016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1회 세계백반증학회(Vitiligo International Symposium)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전 세계 백반증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로, 당시 신인 연구자로서 떨리는 마음으로 연단에 올라섰던 기억이 납니다.

많은 분들에게 얼굴 백반증은세 가지 뚜렷한 유형으로 나뉜다는 결과를 보여드렸을 때,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발표가 끝난 뒤에도 질문이 이어졌고, 별도의 토의 시간까지 마련될 정도였습니다. 이 발표를 계기로 여러 나라의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것이 지금까지의 연구 방향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얼굴에 국한된 분류였지만 이후 연구가 쌓이면서 몸 전체의 백반증 분포 패턴까지 포함하는 12 유형 분류 체계로 확장되었습니다. 12 유형 분류는 각 유형의 원인, 예후, 최적의 치료 전략을 보다 세분화하여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하여 실제 진료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백반증은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 복합적인 질환입니다. 멜라닌세포의 탈락, 자외선 노출, 산화 스트레스, 자가면역 등 다양한 요인이 환자마다 다른 방식으로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백반증을 하나의 질환으로 뭉뚱그려 접근하기보다 유형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얼굴 백반증의 세 가지 분류는 그 출발점이었으며 현재의 12 유형 분류는 하나의 발전된 연장선이라 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Bae JM, Jung YS, Jung HM, Park JH, Hann SK. Classification of facial vitiligo: A cluster analysis of 473 patients. _Pigment Cell Melanoma Res._ 2018;31:585–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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