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저도 레이저 제모 받아도 될까요?” 

“요즘 유행하는 리프팅 시술, 괜찮을까요?”

피부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진료실에 찾아온 백반증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다름 아닌 시술을 받아도 되냐는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신중한 접근과 전문가 상담을 통해 선택적으로 가능하다”라는 건데요. 최근 전 세계 백반증 전문가들이 참여한 두 편의 연구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 연구에 참여하여 의견을 나눈 바 있기에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가이드를 전달해 드리고자 합니다.

백반증 환자의 시술, 왜 조심해야 할까요?

백반증 환자에게 레이저나 IPL 시술이 조심스러운 이유는 ‘쾨브너 현상’ 때문입니다. 피부 자극으로 인해 손상 부위에 새로운 백반증 병변이 생기는 현상으로 섣부르게 시술을 받게 되면 멀쩡하던 피부에도 병변이 생길 수 있어 반드시 주의해야 하는데요. 그렇기에 시술 전엔 체크리스트를 통해 주의 사항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며, 시술 후에도 적절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시술 전 확인사항

① 백반증이 최소 1년 이상 안정적인 상태 지속 

② 쾨브너 현상이나 활동성 징후 전무 

③ 작은 부위에 테스트 시술을 한 후 문제 없을 경우, 시술 진행

시술 후 주의사항

① 물집, 딱지, 진물 등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 

② 이상 증상 발생 시 즉시 피부과 방문

레이저 시술 후 백반증 발생, 흔한 일인가요?

11개국 15명의 백반증 전문가가 참여한 연구에서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 1년간 약 11,300명의 백반증 환자 중 레이저 시술 후 백반증이 발생하거나 악화된 경우는 30건, 약 0.27%에 불과했다는 것이죠. 

더 주목할 점은 이 30건 중 40%는 시술 전 백반증 병력이 없었던 경우였고, 기존 환자 중 58%는 1년 이상 안정적인 상태였다는 것으로, 안정적이라고 해서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나아가 시술 후 물집이나 딱지 같은 피부 손상이 있었던 경우 백반증 발생 위험이 더 높았기에 시술 강도가 중요하다는 것 역시 확인할 수 있는 결과였는데요. 참고로 시술별로는 제모 레이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레이저 토닝과 리프팅, 받아도 되나요?

한국 환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레이저 토닝이나 고주파·초음파 리프팅에 대해서는 아직 대규모 연구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다만 일반 원칙을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피부 표피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시술이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으나 개인의 피부 상태와 백반증 활동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기에 향후 한국인 백반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백반증이 있다고 해서 레이저 시술이 무조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잠재적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전문가와 긴밀히 소통하며 신중하게 접근한다면 안전하게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기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길 바랍니다.

안전한 시술을 위한 5가지 원칙

1. 충분한 상담: 경험 풍부한 피부과 전문의와 시술의 이점과 위험을 명확히 논의하세요.

2. 정확한 평가: 현재 백반증 상태와 활동성 징후를 우드등 검사 등으로 정확히 확인하세요.

3. 신중한 선택: 시술 종류, 강도, 부위를 신중히 결정하고, 필요시 테스트 시술을 고려하세요.

4. 빠른 대처: 시술 후 합병증 발생 시 즉시 전문의 진료를 받고, 1주일 이내 치료하세요. 

5. 적극적 치료: 새로운 병변 발생 시 국소 스테로이드, 칼시뉴린 억제제, 광선치료 등으로 적극 대응하세요.

[참고문헌]

Post NF, et al. Consensus on the safety and risks of laser and intense pulse light treatments in patients with vitiligo: An e-Delphi study. J Am Acad Dermatol (2023).

Post NF, et al. Expert opinion about laser and intense pulsed light (IPL)-induced leukoderma or vitiligo: a cross-sectional survey study. Arch Dermatol Res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