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증을 앓고 계신 환자분들이라면 피부 변화 외에도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대해 걱정 하실 텐데요. “백반증이 다른 질병에 더 취약하지 않을까?”, “수명에도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분들이 실제로 많이 계십니다. 이러한 우려에 답하고자, 최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에 발표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백반증 환자의 사망 위험, 일반인보다 낮다?

연구팀은 백반증 환자의 사망 위험을 규명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와 국가 사망 등록 자료를 연계하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새롭게 백반증 진단을 받은 18세 이상 환자 107,424명과, 나이·성별·소득 등을 유사하게 맞춘 대조군 537,120명을 1:5 비율로 선정해 추적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는데요. 백반증 환자군의 10,000인 년 (person-years)당 사망자 수는 34.8명으로 대조군의 45.3명보다 현저히 낮았습니다. 다양한 변수를 보정한 후에도 백반증 환자는 대조군에 비해 사망 위험이 약 25% 낮게 나왔습니다. 

사망 원인별로 살펴보면 더욱 놀랍습니다. 백반증 환자는 감염성 질환, 대부분의 암, 혈액·내분비·신경계·심혈관·호흡기·신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모두 유의미하게 낮았기 때문이죠. 특히 주요 사망 원인인 암의 경우 사망 위험 감소가 뚜렷했습니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을까?

정확한 기전을 밝히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백반증의 자가면역 현상이 오히려 특정 질병에 대한 방어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멜라닌세포에 대한 자가면역 반응이 암세포의 발생이나 성장을 억제하는 '면역 감시' 기능을 강화했을 수 있다는 건데요. 실제로 이전 연구에서도 백반증 환자의 전체 암 발생 위험이 낮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둘째, 백반증 치료가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입니다. 주요 치료법인 좁은 파장 UVB 광선치료는 혈압을 낮추고, 심근경색 및 뇌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며, 염증 지표를 개선하고, 비타민 D 합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셋째, 백반증 환자들이 질병 관리를 위해 식단 조절, 항산화제 섭취, 자외선 차단제 사용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으며, 정기적인 병원 방문을 통해 다른 질병의 조기 발견 및 관리가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백반증에 대한 오해를 풀며

이번 연구는 대규모 국가 데이터를 활용해 백반증 환자의 사망 위험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데요. 결과를 보면 백반증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물론 백반증의 중증도나 유형별 차이를 분석하지 못했고, 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만, 백반증과 관련된 자가면역 현상이 감염, 염증, 암 같은 질병에 대해 보호적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어 백반증에 대한 오해를 푸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비록 백반증을 앓고 있다고 해서 장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백반증으로 인해 다른 심각한 질병에 더 취약해지거나 수명이 단축될 것이라는 우려는 덜어내셔도 좋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관리와 긍정적인 마음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니까요.

[참고문헌]

Ju HJ, Bae JM, et al. All-Cause and Cause-Specific Mortality among Patients with Vitiligo: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Study in Korea. 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 (2024)